KAIST 연구팀이 사실 헌팅턴 단백질은 원래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신경세포 뼈대를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달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헌팅턴 단백질이 신경세포 뼈대 세운다
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 연구팀은 1일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비롯한 다양한 세포생물학 기법을 활용해, 헌팅턴병의 원인 단백질인 헌팅턴(HTT)이 신경세포 내 ‘세포 골격’을 직접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ISTA), 프랑스 소르본느대·파리 뇌연구원, 스위스 연방공대(EPFL)와 함께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했다.
흔히들 헌팅턴 단백질은 헌팅턴병을 유발하는 단백질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몸에 이로운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헌팅턴 단백질은 세포 속에서 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유전적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 기능을 망가뜨리고 헌팅턴병을 일으킬 수 있다.
KAIST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헌팅턴 단백질이 직접 세포 골격을 묶고 뼈대를 세운다는 역할을 추가로 밝혀냈다. 특히 두 개의 헌팅턴 단백질이 짝을 지어 약 20나노미터 간격으로 세포골격을 정렬시킴으로써, 신경세포의 연결망 발달에 꼭 필요한 구조를 만든다는 사실도 처음 알아냈다.
◇헌팅턴 단백질 부족하면 구조 발달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헌팅턴 단백질이 부족한 신경세포에선 구조적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도 관찰했다. 이는 헌팅턴병이 왜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와 치매 유사 증상을 불러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저자인 김재성 KAIST 박사과정생은 “그동안 미스터리였던 헌팅턴병 단백질의 역할을 분자 수준에서 새롭게 규명했다”면서 “불치병으로 알려진 헌팅턴병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했다.
송지준 교수는 “헌팅턴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밝힘으로써 헌팅턴병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근위축증 등 세포 골격 이상이 관여하는 다양한 퇴행성 질환 연구에도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