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UCL)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헌팅턴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 임상 시험에서 병의 진행을 늦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지난 24일(현지 시각) 밝혔다. 헌팅턴병은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인구 10만명당 5~10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유전 질환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환자가 7만5000명 정도 있다. 국내 환자 수는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영국과 미국에 사는 29명의 헌팅턴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다. 헌팅턴병 발병 요인으로 추정하는 독성 단백질이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 치료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안전하게 만든 바이러스에 치료 유전자를 실어, 뇌 속으로 직접 넣는 정밀 수술을 했다. 뇌 깊숙한 부위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 뒤, 12~18시간가량 천천히 유전자 치료제를 뇌 속으로 주입했다. 이 유전자 치료제는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유니큐어가 개발한 ‘AMT-130’이라는 마이크로 RNA 기반 치료제다.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제를 고용량으로 투여받은 환자 12명은 수술 후 3년이 지난 뒤 운동이나 인지 기능이 0.38점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헌팅턴병 환자들이 3년 뒤 1.52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병 진행을 75%가량 늦춘 셈이다. 연구팀은 “1년 동안 진행될 병이 유전자 치료 환자들에겐 4년에 걸쳐 진행됐다”며 “환자 한 명은 직장에도 복귀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상 대상이 적고,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 성공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치료 이후 경과를 3년 정도 추적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효과가 계속 유지될지 알 수 없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으니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싼 점도 풀어야 할 숙제로 평가된다. 유니큐어 측은 유전자 치료제 가격이 200만달러(약 28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