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얼굴 표정만 봐도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려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상대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일종의 ‘독심술(讀心術)’을 시연한 셈이다. 다만 초능력은 아니고, 고속 카메라와 AI(인공지능) 분석으로 쥐의 표정만으로도 의사 결정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포르투갈 샹팔리마우드 재단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쥐 얼굴 표정이 뇌 의사 결정 과정을 드러내는 단서임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쥐가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면서 단맛의 물을 원할 때 두 공급소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실험을 설계했다. 쥐는 어느 공급소에서 물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전 성공·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다른 쪽으로 옮길 때인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했다.
예컨대 쥐가 물 보상을 기대하며 특정 공급소로 갔을 때 물이 나오지 않으면, ‘이 공급소에서 안 나왔으니 이번에 다시 여길 선택하면 안 나올 확률이 크다’고 결정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할지 고민하는 쥐의 얼굴을 초당 60장의 고속 영상으로 촬영하고 눈, 코, 볼, 입 주변의 근육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뇌 전두엽의 이차운동피질에는 미세 전극을 심어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쥐가 특정 전략으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일관된 얼굴 근육 패턴이 나타났다. 즉, 뇌가 처리중인 ‘결정 변수’가 얼굴 움직임에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실험 쥐에게만 해당하는 특수한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술로 고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무심코 지은 표정과 시선 처리, 눈꺼풀 떨림과 입꼬리 움직임 등이 실시간으로 분석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상과학 영화처럼 사람 얼굴 표정만 보고도 생각을 읽는 기술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광범위하게 확산 중인 AI(인공지능) 기반 얼굴 인식 시스템과 이번 연구를 접목해 사람의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AI 업계에서는 표정·음성·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감정 인식 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AI 독심술 기기를 비롯해 사생활 침해 기술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연구팀은 “프라이버시로 보호됐던 정보들이 디지털 판독 기술 발달로 당사자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생체 인식 기술을 악용해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술을 규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