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한 로봇 스타트업들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도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30일 KAIST에 따르면, 조선소의 철제 벽과 천장을 기어 다니며 작업하는 로봇, 강남 도심 속을 자연스럽게 걷는 휴머노이드 등이 모두 KAIST 연구실에서 나왔다.
◇조선소 벽을 오르는 ‘승월 로봇’
가령,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가 창업한 ‘디든로보틱스’는 철제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산업용 로봇인 ‘승월(昇越) 로봇’을 선보였다. 주력 제품 ‘디든30(DIDEN 30)’은 네 발 달린 로봇으로, 자석 발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선소 내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로봇은 선박 내부의 빽빽한 철제 구조물(론지)을 넘는 테스트를 거쳤고, 최근엔 삼성중공업 조선 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해냈다. 디든로보틱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용접·검사·도장 작업에 이 로봇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인 ‘DIDEN Walker’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협소한 조선소 내부에서도 안정적으로 걸어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체엔 용접 장치를 얹었다. 조선업 자동화에 주로 쓰일 예정이다.
◇강남 거리를 걷는 휴머노이드
전기및전자공학부 명현 교수가 창업한 ‘유로보틱스’는 카메라나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핵심센서인 라이다(LiDAR)없이도 스스로 보행할 수 있는 ‘맹목(blind) 보행 제어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이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근 강남 출근길에서 실제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걸어 화제를 모았다. 외부 센서 없이 내장된 정보만으로 지형을 ‘상상’하며 보행하기 때문에, 낮과 밤, 비 오는 날에도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 계단과 내리막길도 문제없이 오르내린다. 이 기술로 명현 교수팀은 국제 학회 경진대회에서 MI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연구 성과는 오는 10월 1일 열리는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학회 ‘Humanoids 2025’에서 공식 발표된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KAIST는 “이번 성과는 학교 연구실의 원천기술이 스타트업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도전적 연구와 혁신 창업이 맞물려 한국 로봇 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