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과 탁구에서 왼손잡이 선수들이 유독 상위권에 많이 포진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가 낯설어서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왼손잡이가 시공간·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운동 반응을 조율하는 데 중요한 우뇌를 상대적으로 더 잘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팀은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펜싱(플뢰레·에페·사브르) 등 1대1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10년치 경기 성적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플뢰레·에페 펜싱과 탁구에서 상위권으로 갈수록 왼손잡이 비율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예컨대 남자 에페 상위 200명 중 18%가 왼손잡이였지만 상위 100명으로 좁히면 28%로 증가했다. 남자 플뢰레 선수도 상위 100명 중 31%가 왼손잡이였다.
반면 사브르 펜싱과 테니스, 배드민턴에서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플뢰레·에페·탁구가 빠른 찌르기와 작은 동작이 중요한 종목이어서 순간 반응 속도와 섬세함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왼손잡이가 우뇌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어 시각·공간·시간 정보를 처리하고 운동 반응을 만드는 데 미세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며 “이 차이는 매우 작지만 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세계 대회에서는 결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