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인공 비료를 쓰지 않고 나뭇조각이나 볏짚을 덮어 잡초 성장을 억제하는 '재생 농업'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재생 농업 방식으로 밭을 가꾸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매년 650억유로(약 105조원) 손해가 생긴다. 극심한 가뭄과 산불, 폭염 등이 유럽에 끼친 피해 규모다. 유럽에선 이런 기후 위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유럽에선 인공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논밭 갈아엎기(경운)도 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밭 위에 나무 조각이나 볏짚을 덮어 땅의 수분을 유지하고 잡초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을 대신 쓰는 방식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포르투갈 동쪽 페냐 가르시아 마을 인근에 있는 한 농장은 인공 비료를 거의 안 쓰기 시작했다. 대신 노란 루피너스 꽃을 중간중간 심었다. 루피너스 뿌리엔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이 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N₂)를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 땅에 저장해 준다. 화학 비료를 줄이고도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 친화 방식 중 하나다.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진 대륙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베리아반도 농부들은 가뭄과 물 부족, 산불 피해에 시달렸다. 유럽 집행위원회 산하 연구 기관 JRC는 만약 이런 기후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2100년까지 1년에 650억유로(약 105조원)씩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남서유럽은 이대로 가면 농업 생산량의 10%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전체 토양의 60~70%는 이미 황폐해졌다. 땅의 영양소가 씻겨 나가면서 홍수·산사태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농장의 2%가량은 적극적으로 재생 농업을 도입했다. 유럽 재생농업연합(EARA)에 따르면, 전체 농장의 5~10%가 재생 농업법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재생 농업으로 바꾼 성과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포르투갈의 한 농장은 재생 농업을 시작하면서 2019년 1.9%였던 밭의 탄소 비율이 2024년 3.5%까지 올랐다. 땅에 수분이 많아졌고 그만큼 건강해졌다. 이렇게 되면 불이 잘 나지 않는 환경으로 바뀌어 산불이 덮쳐도 피해를 덜 본다. 앞으로 탄소 비율을 6%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재생 농업 효과는 연구로도 나타나고 있다. 85국 분석에 따르면, 밭 갈아엎기를 피하는 대신 해마다 다른 작물을 순서대로 심는 ‘돌려짓기’ 방식을 택하면 토양의 미생물 다양성이 24%가량 높아지고 수질도 51% 개선된다. 병충해도 63%가량 줄일 수 있다. 재생 농업 방법 덕분에 수익률도 올랐다. 14국 78농장 분석에서 헥타르당 수익률이 20%가량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