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들이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최초의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금까지 AI로 DNA 조각이나 단백질을 설계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AI가 바이러스 유전체 전체를 설계하고, 실제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다. 내성이 강해 약이 쉽게 듣지 않는 세균을 겨냥하는 맞춤 바이러스를 AI가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이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이오아카이브의 사전 출판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논문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진 않았다.
연구팀은 DNA, RNA, 단백질 서열을 분석하고 생성하는 ‘이보(Evo)’라는 이름의 AI 모델을 자체 개발했고, ‘Evo1’ ‘Evo2’를 활용해서 새 바이러스를 설계했다.
이후 AI가 설계한 바이러스 일부를 실제로 합성해, 다수의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이 중 16개는 우리 몸속 대장균을 공격하고 제거할 수 있는 바이러스였다. 이 바이러스들은 또한 기존엔 쉽게 죽지 않았던 세 가지 종류의 내성 대장균 균주도 공격하고 파괴해 사라지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맞춤 항생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AI로 각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다양한 맞춤형 항생제를 만들어 각종 질환에 대응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AI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바이러스를 설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합성생물학자인 커스틴 괴프리히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는 네이처를 통해 “연구가 이중성을 지닌다는 딜레마는 단순히 AI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생물학에서는 항상 악용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