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뉴스1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3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리 본부장은 이날 “우주청에 오면서 1년 정도 근무하는 것을 고려했고, 개인적으로는 당초 계획했던 목표들을 다 달성했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했다”고 했다. 사직일은 다음달 24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본부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1992년부터 29년간 근무한 우주항공 전문가다. 미국계 한국인으로 미국 백악관 행정예산국에서 예산관리자로도 일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우주청을 출범시키면서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으로 2억5000만원이라는 파격 연봉을 주고 영입했다.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임기는 본래 3년이다.

우주청 내부에선 리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주청이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들은 현재 대부분 표류 중이다. 2023년 달 착륙선을 쏘아올리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 사업 계획은 아직도 기획재정부의 사업적정성 재검토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발사 일정도 지연됐다. 출범 1년이 넘도록 우주청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핵심 인사가 1년 5개월 만에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국적인 리 본부장이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의 의무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신의 활동 내역을 미국에 보고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우주청은 앞서 리 본부장이 활동 내역을 미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리 본부장이 미국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내용은 기밀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그럼에도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보안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직원들의 업무상 비밀 취급권을 차등화하겠다고 밝혔다.

리 본부장은 다음 주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우주대회(IAC)에는 참가할 예정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퇴를 앞둔 본부장이 국민의 혈세로 출장을 떠나려는 것은 졸업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