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인다”고 하자 국제 보건기구와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 반박하고 나섰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이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켄뷰가 생산한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나 “자폐와 아세트아미노펜의 역할에 대해 인과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연구에서 타이레놀 성분이 자폐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다른) 여러 연구에서는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연관성이 강했다면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도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임신 중 파라세타몰과 자폐 사이의 연관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파라세타몰은 임신하고 통증이나 열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선택지고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유럽에서 파라세타몰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타이레놀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품 라벨에 임신하고 타이레놀을 복용한 경우 자폐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을 넣도록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FDA)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할 때도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과 유럽 각국의 보건당국은 타이레놀과 자폐는 연관 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영국 방송 ITV에서 “파라세타몰 사용과 자녀의 자폐가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면서 “정치인인 내 말도 듣지 말고 영국의 의사, 과학자,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말을 들으라”고 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의 안전 책임자인 앨리슨 케이브 박사도 “오히려 임신하고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했다.

독일 보건부는 “임신 중 파라세타몰 사용과 자폐가 연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 의약품청은 “임신 중 파라세타몰 사용에 대한 권장 사항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스페인 의약품위생제품청도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과 자폐 연관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면서 “임상적으로 지시되는 경우 임신하고 파라세타몰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신중한 사용을 권장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