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이란 제2차 성징의 출현이 남아는 9세, 여아는 8세 이전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류프로렐린 성분의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을 선점해 온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이 복제약(제네릭) 재평가 시험대에 올랐다. 2027년 말까지 오리지널 약과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품목 허가가 취소된다. 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펩트론과 LG화학이 먼저 동등성을 입증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국내 제네릭의 제제별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재평가 일정을 확정해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세부 기한을 알렸다.

생동성 재평가는 시판 중인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절차다. 식약처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용액 주사제, 현탁·유화 주사제, 점안제, 연고제 등 제제별로 나눠 제네릭 의약품의 생동성 재평가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류프로렐린 성분의 현탁 주사제인 성조숙증 치료제가 포함됐다. 오리지널 약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루프린이다. 국내 류프로렐린 제제 제네릭 시장은 대웅제약과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 동국제약, 공동 파트너인 LG화학과 펩트론 등으로 크게 3파전 경쟁 구도다.

이 중 대웅제약의 루피어(데포주·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주사제), 동국제약의 로렐린(데포주)이 재평가 대상이 돼 2027년 말까지 생동성을 입증해야 한다.

과거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이 루프린 제네릭 허가를 받을 당시엔 식약처가 생동성 입증 요건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후 허가 기준이 변경돼 최근 품목부터는 생동성 입증이 필수가 됐다.

현재 동국제약은 재평가를 마쳤고, 대웅제약은 재평가를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루피어 데포의 임상 재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 측은 “생동성 임상 재평가를 진행해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아, 허가 변경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펩트론과 LG화학은 지난 7월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1개월 지속형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 출시를 앞두고 있다. 펩트론 측은 “루프원은 애초에 생동성을 입증해 허가를 받아 이번 재평가 품목에서 제외됐다”며 “류프로렐린 성분 생동성 입증은 세계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앞서 펩트론과 계약을 맺고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오는 26일 서울 롯데시그니엘호텔에서 발매 심포지엄을 열고 본격적인 출시에 나선다.

생동성 재평가 제도와 맞물려 신제품이 출시돼, 국내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성조숙증 치료제는 국내 제약사에는 매출과 이익에 기여도가 큰 전문의약품이라, 재평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제네릭은 사라지고 새로운 제형의 제품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은 류프로렐린 제제와 트립토렐린 제제로 구성돼 1800억원대로 추산된다. 성조숙증 환자가 늘면서 시장도 성장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19년 10만 8576명에서 2023년 18만 6726명으로 5년 사이 72% 증가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장 클리닉에서 성조숙증 주사와 성장호르몬 주사를 동시에 맞히는 소위 ‘하이브리드 키 성장 치료’가 번성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