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치매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초고령사회 치매 예방과 치료, 미래 대응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가 단번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인지저하(SCD)→경도인지장애(MCI)→치매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중증으로 질환이 전개되면 사실상 완치와 회복이 어려우므로 증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조기(早期)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이 지난해 발표한 ‘치매 위험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발생 요인의 40% 이상은 생활 습관 관리로 줄일 수 있다. 또한 북유럽에서 1200명 고령층을 대상으로 식단 개선, 운동, 인지 훈련, 혈관 위험 인자 관리 프로그램을 2년간 적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늦춰졌다.
최 교수는 “인지 기능의 관리는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주요 인자에 대한 복합적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에서 처방을 통해 이뤄지는 약물 치료 사례로는 은행잎 추출물이 언급됐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 순환 개선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치매 등 인지 기능 장애 치료에서는 뇌 혈류를 개선하고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최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은 뇌혈류 개선과 항산화, 신경세포 보호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2021년 합의문에서 은행잎 추출물을 MCI 증상 치료에서 ‘Class I, Level A’로 권장되는 유일한 약제로 제시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MCI로 처음 진단받은 65세 이상 환자 2만4000여 명을 평균 3.8년, 최대 20년간 추적한 결과, 은행잎 추출물을 5회 이상 복용한 환자군은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약 42% 낮았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은행잎 추출물을 MCI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하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건강 기능 식품 원료로도 쓰인다. 포스파티딜세린 성분과 혼합해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용량은 건강 기능 식품과 차이가 있다. 건강 기능 식품으로 은행잎 추출물의 최대 함량은 1일 150㎎이다. 반면 경도 인지 장애 등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의 용량은 통상적으로 240㎎이다.
최호진 교수는 “치료의 경과, 약물에 대한 반응에 따라 접근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증상 초기부터 의료 기관을 방문해 지속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증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