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구진이 앞으로 10년 이상 개인의 건강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AI) 도구를 개발했다./pixabay

유럽 연구진이 앞으로 최대 20년까지 개인의 건강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AI) 도구를 개발했다. 한두 가지 질병만 분석하는 기존 AI와 달리 1200여 질환의 발병 위험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향후 의료 현장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독일 암연구센터, 덴마크 코펜하겐대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델파이-2M(Delphi-2M)이라는 질병 위험도 예측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델파이-2M은 환자의 과거 진료 기록과 나이, 성별 같은 기본 정보에 비만이나 흡연, 음주 여부 등 생활 습관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미래 건강을 예측한다. 예를 들어 과거 병력과 생활 습관을 토대로 향후 암, 당뇨, 심장병,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과 시기를 계산한다. 연구진은 ‘주말에 비 올 확률 70%’라고 하는 기상예보처럼 질병 위험을 확률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AI는 챗GPT와 같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패턴을 파악해 문장이나 그림, 영상을 만드는 생성형 AI이다. 연구에 참여한 토마스 피츠제럴드(Tomas Fitzgerald) EMBL 연구원은 “질병은 종종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며 “AI는 이러한 패턴을 학습해 미래 건강 결과를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수집된 40만 명의 의료 데이터와, 덴마크 국가 환자 등록 시스템의 190만 명 데이터로 AI를 훈련했다. 게놈(유전체) 해독 정보를 포함해 모든 데이터는 익명 처리돼 개인정보는 보호됐다.

대규모 의료 데이터로 기계학습을 거친 델파이-2M은 단일 질환만 예측하는 기존 시스템과 비슷한 정확도를 보이면서도 1258가지 질환 위험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큐리스크(Qrisk)와 같은 도구를 통해 향후 10년간 심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으나, 동시에 1200여 가지 질병 확률을 최대 20년 뒤까지 예측하는 건 처음이다.

이완 버니(Ewan Birney) EMBL 임시 전무이사는 “앞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당신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질병 4가지가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이 2가지 있다’고 구체적으로 조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개인별 질환 위험에 맞춰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츠 게르스퉁(Moritz Gerstung) 독일 암연구센터 교수는 “이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 진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AI가 개인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고, 의료 시스템 전반의 필요를 예측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5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