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의 의약품에 대한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 제약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고, 중국이 이를 통해 해외에 신약 후보 물질 기술 수출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11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개발된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유입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했다. 초안엔 “중국과 같은 적대국들이 미국의 개방된 과학 시스템을 악용했다”고 비판하는 문구도 담겼다.
초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①미국 제약사가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는 시도에 대해 더 엄격하게 조사할 것. ②중국 임상 데이터를 제출하는 회사에 대한 규제 수수료를 인상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를 더욱 철저히 검토할 것. ③항생제, 진통제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필수 의약품은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정부가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할 것 등이다.
해당 행정명령 초안은 이미 대형 제약기업, 억만장자 이해관계자, 바이오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이 같은 NYT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현재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면서도 “국가 및 경제 안보를 지키는 것이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미국이 이처럼 나서는 것은 최근 중국의 신약 개발 역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혁신 신약 43개를 승인받았다. 같은 기간 미국 FDA 승인 신약은 16개로 전년 21개와 비교해 그 수가 줄었다.
미국 제약기업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기술 수입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제약기업들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부터 약 183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14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전년 같은 기간 2건보다 크게 늘었다.
전 세계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중국(30%)은 미국(48%)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총국(NMPA)도 신약 임상 시험 승인 대기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자국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에 최근 FDA 심사 절차를 신속화해 임상 시험 착수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영향력 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 부문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억만장자와 투자자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