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회사도 구조조정은 못 피했다.
전세계 단일 치료제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약품 ‘키트루다(항암제)’를 보유한 미국 MSD와 ‘위고비’의 노보 노디스크가 최근 대규모 감원·투자 철회를 잇따라 발표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최근 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제조·연구 거점을 옮기기 위해 구조조정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기업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것을 넘어, 규제·정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직원 9000명 감원하는 노보 노디스크
비만·당뇨 치료제 ‘위고비’로 잘 알려진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전 세계 인력 9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10일 노보 노디스크는 글로벌 인력의 약 11%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감원 대상 직원 중 5000명은 덴마크 본사 인력이다. 회사 측은 갈수록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위고비 판매 증가율도 완만해진 것,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번 감원은 마이크 다우스다르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단행한 첫 대규모 조치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다우스다르 CEO는 앞서 연간 약 80억 크로네(약 1조 1249억원)의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도 낮췄다. 기존 10~16%에서 4~10%로 조정했다.
◇2조 영국 연구센터 철회하는 MSD
글로벌 제약사 MSD도 영국 런던의 연구센터 건립 계획을 철회하고 연구인력 125명을 해고한다고 10일 밝혔다.
MSD는 당초 런던 킹스크로스 인근 벨그로브하우스에 10억 파운드(약 1조 8820억원)를 들여 ‘UK 디스커버리 센터’를 지으려고 했으나 이를 취소한 것이다. MSD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MSD는 영국 연구개발 거점을 철수하고 향후 어디로 옮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제약 업계는 MSD가 영국 정부의 높은 약가 환급률 등에 부담을 느껴 영국 연구센터 조성을 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2023년 신약 매출의 23.5%를 환급받는 제도를 시행 중인데, 이는 프랑스(5.7%), 독일(7%)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영국 제약산업협회(ABPI)는 “영국이 글로벌 연구개발 투자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며 “MSD의 철수는 국가 생명과학 비전에도 타격”이라고 했다.
MSD 뿐 아니라 영국의 대표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최근 영국 정부의 세금 및 약가 정책을 두고 당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ABP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영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영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일각에선 영국 NHS가 의약품에 투자하는 돈을 줄인 것도 이같은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영국은 의료비의 15%를 의약품에 썼는데, 지금은 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OECD 국가를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엔 의료비 예산 중 의약품에 쓰는 비중이 14%~ 20%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유럽 거점을 철회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으로 개발 거점을 옮기는 것이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에도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