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테스트

19만원 정도를 들여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검사를 하는 임상시험을 영국 공공 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시작했다고 10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1000명 이상의 치매 의심 환자를 모집해 실시한다. 한 명당 100파운드(약 18만8000원) 정도만 받고 알츠하이머를 진단해준다. 영국을 시작으로 조만간 유럽 전역과 미국까지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00명 대상으로 치매 혈액 검사하는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NHS는 최근 영국 전역의 공공 의료 병원을 통해 치매 의심 환자를 모으고 있다. 1000명을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하고 알츠하이머 여부를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NHS 측은 “환자들을 모으는 데 최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뇌세포가 퇴화하면서 생기는 만성 뇌 질환으로,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영국엔 알츠하이머 환자가 50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여부를 진단하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가장 확실한 진단법으로 불리는 PET 스캔이나 척수액 검사(요추천자) 방법은 가격이 워낙 비싸고, 장비가 일부 대형 병원에만 있다 보니 예약도 쉽지 않았다. 검사를 하고 난 뒤 결과 분석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씩 기다려야 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환자의 2% 정도만이 알츠하이머 검사를 제때 받는다고 한다.

최근 나온 신약이 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하지만, 신약 대부분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보니,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에서 광범위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영국 NHS가 혈액 검사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수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혈액 검사 정확도는 PET 스캔이나 요추천자 검사만큼 올라온 상태다.

◇유럽 전역과 미국의 국민 검사 시스템 바뀌나

연구팀은 이번 1000명 환자의 임상 시험을 거친 뒤 향후 국민 보건 검사에 전면적으로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검사가 영국 국민 보건 시스템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도 최근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암이나 심혈관 질환 검사에 혈액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최근엔 알츠하이머 진단을 혈액 검사로 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지난달 치매 혈액 검사를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FDA도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기술을 지난 5월 승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