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사옥./종근당

종근당그룹 총수가 자회사 경보제약 주식 전량을 세 자녀에게 넘기고, 정보통신(IT) 전문 언론 매체도 인수해 자회사를 늘렸다. 회사는 지분 증여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매체 인수는 IT 전략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시장과 제약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현금 흐름을 확충해 승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보제약은 지난 9일 이장한 종근당 회장과 아내 정재정 씨가 각각 보유한 자사 주식 전량 47만9363주와 47만8140주를 세 자녀(이주원, 이주경, 이주아)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여로 장남 이주원 종근당 이사가 보유한 경보제약 주식 수는 148만 4783주로 늘어 지분율이 6.21%로 확대됐다. 장녀 이주경씨, 차녀 이주아씨도 30만 주씩 받아 각각 지분율이 5.62%, 5.26%가 됐다.

경보제약은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원료의약품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로, 작년 연 매출액은 전년보다 10.3% 늘어 2386억원, 영업이익은 88.5% 늘어 105억원을 기록했다.

이장한 회장 부부가 자회사 지분 전량을 자녀에게 증여한 데는 세금 부담을 줄이고, 승계 구도를 유연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보제약은 그룹 내 상장사인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보다 평가 금액이 낮다”며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해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남에게 더 많은 지분을 몰아줬다는 점에서 경영권을 장남 중심으로 승계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고 했다.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 배경 중 하나가 장남의 승진이다. 이주원 이사는 2018년 종근당산업 사내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그 동안 그룹 내 주요 직책을 거쳐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사보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반면 자녀들의 지분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승계 구도를 단정하기에 이르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래픽=정서희

기업 총수 일가 입장에선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자녀의 현금 자산을 늘려주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경보제약은 연 1회 현금 배당을 해 왔다. 경보제약의 작년 기준 주당 액면 가액은 500원으로, 현금 배당 성향은 약 25.8%로 평가됐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액면가로 보면 큰 액수가 아니지만 향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 자녀들이 받는 현금 배당 수익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자산에 변화가 생긴 건 지분 증여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온라인 IT 전문매체인 디지털데일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 금액은 약 200억원으로, 종근당홀딩스 전체 자산의 약 4.8% 수준이다.

이번 편입으로 지주사 종근당홀딩스 산하의 자회사(특수 관계사)가 9개사로 늘어났다. 종근당그룹은 종근당홀딩스 아래에 종근당, 종근당건강, 경보제약을 비롯해 총 9개 자회사가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자회사에서 배당금과 수수료 수익을 받는다. 회사의 반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6월 종근당홀딩스가 8개 자회사로부터 거둔 영업수익은 약 166억원이다.

종근당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이장한 회장이다. 이 회장 아내와 세 자녀, 친인척, 벨에스엠이 지분을 나란히 보유해 이 회장 일가 지분율은 약 48%다. 2006년 설립된 벨에스엠은 사업 시설 관리와 임대 서비스업 회사로, 장남 이주원 이사가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장한 회장 지분은 30%이고, 장·차녀가 각각 15%씩 지분을 갖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지주사와 자회사 지분을 그룹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 승계 절차를 밟는 통로로 삼는다”면서도 “다만 이번 언론사 인수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후계 전략은 아니라 사업 다각화나 투자 목적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종근당도 언론사 인수는 인공지능(AI)·디지털 전략 강화의 일환이라고 시장의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업계 동향과 정보를 습득하고, 신약 개발 등 내부 사업에 적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