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가 출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가 국내에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마운자로는 국내 출시 2주 만에 1차 물량이 소진됐다. 당시 유통 업체 대부분에서 재고가 동이 나 새로운 물량을 기다렸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까지 돌풍을 일으키자,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본격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달 지나도 품귀 대란 겪는 마운자로
다이어트 주사를 처방하는 병원이나 약국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 ‘삐약’을 열어봤다. ‘서울 종로 000약국은 세 번이나 갔는데도 제품 품절이어서 못 샀다’ ‘지금 000의원, 00약국, 다 돌아봐도 마운자로 없다고 하네요’ 같은 후기만 수십 건이었다. 같은 날 네이버 ‘위고비 마운자로’ 카페에도 ‘마운자로 품절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부산에서도 마운자로는 거의 다 품절이라고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초도 물량을 얼마 안 풀어서 그러겠지만,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국내 비만약 시장
제약 업계는 중국과 인도에 비해 한국에 마운자로 공급량이 많지 않아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마운자로는 2022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일본을 비롯한 48국에 출시됐지만, 한국 시장엔 지난 8월에야 저용량 제품 2.5㎎과 5㎎짜리가 나왔다. 고용량 제품인 7.5㎎과 10㎎짜리는 공급 부족으로 10월 중순에나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마운자로까지 인기를 얻자 국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의 비만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운자로 출시 직전 위고비의 국내 비만약 시장점유율은 73.1%로 압도적 1위였다.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000억원을 올렸다. 위고비 덕택에 국내 비만약 시장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제 마운자로까지 경쟁에 가세해 비만약 시장이 더욱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마운자로,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도 위고비 출시 직후 성명을 내고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 시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혈관, 수면 무호흡증으로도 맞붙어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당뇨와 비만뿐 아니라 최근엔 심혈관, 수면 무호흡증으로도 치료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선 위고비가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서 위고비 계열 제품(세마글루타이드)은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마운자로 계열 제품(티르제파타이드)보다 57%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반면 마운자로는 최근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 적응증에 추가했다.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간 염증과 섬유화 진행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