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50억 유로(약 105조원)씩 손해가 생긴다. 극심한 가뭄과 산불, 폭염 등이 유럽에 입힌 피해 규모다.
유럽에선 이 같은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선 인공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논밭 갈아엎기(경운)도 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밭 위에 나무 조각이나 볏짚을 덮어 땅의 수분을 유지하고 잡초를 억제하는 방법을 대신 쓰는 식이다.
◇커지는 피해에 농사 방법 바꾼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포르투갈 동쪽 페냐 가르시아 마을 인근에 있는 한 농장은 인공 비료를 거의 안 쓰기 시작했다. 대신 노란 루피너스 꽃을 중간중간 심었다. 루피너스 뿌리엔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는데, 이 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N₂)를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 땅에 저장해준다. 화학비료를 줄이고도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자연 친화 방식 중 하나다.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진 대륙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베리아반도 농부들은 가뭄과 물 부족, 산불 피해에 시달려서다. 유럽 집행위원회 산하 연구 기관 JRC은 만약 이 같은 기후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2100년까지 매년 650억유로(약 105조원)씩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남서유럽은 이대로 가면 농업 생산량의 10%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전체 토양의 60~70%는 이미 황폐해진 상태다. 땅의 영양소가 씻겨 나가면서 홍수·산사태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 재생농업연합(EARA)에 따르면, 이에 최근 유럽 농장의 2%가량은 적극적으로 재생 농업을 도입한 상태다. 5~10%가량은 재생 농업법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익 커졌다
재생 농업으로 바꾼 성과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포르투갈의 한 농장은 재생 농업을 시작하면서 2019년 1.9%였던 밭의 탄소 비율이 2024년 3.5%까지 증가했다. 목표는 6%라고. 땅에 수분이 많아졌고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불이 잘 나지 않는 환경으로 바뀌어 산불이 덮쳐도 피해를 덜 입는다.
재생 농업 효과는 연구로도 나타나고 있다. 85국 메타 분석에 따르면, 밭을 갈아엎는 것을 피하는 대신 해마다 다른 작물을 순서대로 심는 ‘돌려짓기’ 방식을 택하면 토양의 미생물 다양성이 24%가량 늘어나고 수질도 51% 개선된다. 병충해의 63%가량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밭에 루피너스 꽃 같은 덮개작물(cover crop)을 더 많이 심을수록 토양 내 유기 탄소가 50년간 12% 늘어난다.
이 같은 재생 농업 방법 덕분에 수익률도 늘었다. EARA는 14국 78개 농장을 분석해보니 헥타르당 수익률이 20%가량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