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전북 전주시 서원로 일대를 미세먼지가 뒤덮었던 모습. /뉴스1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 공동 연구팀이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될수록 치매로 입원할 위험이 12%가량 더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해당 연구결과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미세먼지 심한 곳 오래 살수록 치매 걸릴 확률 높다”

연구팀은 2000년~2014년 미국 병원에 입원한 5650만명의 데이터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입원자들의 거주지를 모두 확인하고, 해당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비교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루이소체 치매나 치매동반 파킨슨병, 혹은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나 LA-롱비치, 샌프란시스코처럼 미국 평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2배가량 높은 지역에 사는 환자일수록 루이소체 치매 입원 위험이 12%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의 원인 질환이다. 뇌 신경세포 안에 루이소체라는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가 쌓이면서 생긴다.

연구팀은 또한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곳에 살수록 치매를 동반한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도 함께 발견했다. 다만 치매를 동반하지 않은 파킨슨병은 상관관계가 적었다.

◇쥐 실험 통해 교차 확인

연구팀은 교차 확인을 위해 동물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용 쥐를 미세먼지가 가득한 환경에서 10개월 동안 지내게 하고 그 뒤 뇌 변화를 분석했다. 실험 쥐 뇌에선 특정 단백질이 응집하는 현상이 생겼고, 기억을 담당하는 내측 측두엽 부위도 줄어들었다. 이들 쥐의 인지 과제 수행 능력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쥐의 뇌가 이렇게 달라지는 과정이 실제로 루이소체 치매나 치매성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의 뇌가 달라지는 패턴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쥐처럼 사람도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치매에 걸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미세먼지가 특히 치매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의 치매 진행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대기오염은 단순히 폐·심장뿐 아니라, 뇌 건강과 치매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