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출시한 미국의 바이오 기업 ‘일라이 릴리’가 하루 한 알 복용하는 ‘먹는 비만약’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도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라이 일리는 최근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후보 물질 ‘오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에서 평균 10.5% 체중을 감량(72주 투약·최고 용량 기준)했고, 혈당 조절 효과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약물은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이면서도 주사제가 아닌 알약이라는 점에서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이상 반응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으로 주사제와 비슷했지만 대부분 경증이었다.

앞서 위고비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해온 노보 노디스크도 먹는 비만약 임상을 마치고, 지난 5월 FDA(미 식품의약국)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과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 공동 개발을 시작했고,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임상 2상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들이 먹는 비만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먹는 비만약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비만약 후보 물질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혈당·체중 감소 효능이 있고 위장관 부작용은 드물다고 밝혔다.

디앤디파마텍은 GLP-1 플랫폼을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에 기술 이전해 북미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먹는 비만약 후보 물질도 개발중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주사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층을 먹는 비만약으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루 한 알 비만약’ 상용화로 치료제 복용 순응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먹는 비만약이 출시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먹는 비만약 장기간 복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보험급여 적용 여부, 가격 경쟁력 등은 남은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