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로 삼중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상업용 삼중수소 ㎏당 가격이 3300만달러(약 460억원)에 달할 정도로 희귀한데,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방사성 폐기물)에서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유출 우려로 골칫덩이처럼 여겨진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핵융합의 핵심 원료인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의 테렌스 타르노프스키 박사 연구팀은 최근 개최된 미국화학회(ACS) 가을 학술대회에서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기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가 핵분열과 중성자 방출을 유도하고, 이를 리튬(Li-6) 용융염에 흡수시켜 삼중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1기가와트(GW)급으로 가동했을 때 연간 2㎏의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대 삼중수소 생산국인 캐나다의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양이다. 현재 추정되는 세계 삼중수소 재고량(약 25㎏)의 8%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는 삼중수소가 질량이 무거운 중수(重水)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의 부산물로 주로 생산됐다”며 “사용후 핵연료를 활용하는 이번 방식은 기존보다 10배 높은 효율로 삼중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삼중수소도 생산하는 일석이조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삼중수소를 만드는 원자로의 효율과 안전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 오염 위험도가 낮아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은 삼중수소와 중수소가 융합하면서 헬륨으로 바뀔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핵융합 발전의 주요 폐기물은 헬륨으로, 원자력 발전의 핵폐기물에 비해 위험도가 현저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