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샤워캡을 쓴 외계인이 공중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일까. 푸른 하늘을 배경 삼은 듯한 이 사진은 수중의 아르고넛 문어와 해파리를 촬영한 것이다. 위쪽의 주황색 계열 생물이 해파리이고, 아래 외계인 머리처럼 생긴 생물이 아르고넛 문어다. 이 사진의 제목은 ‘히치하이커(Hitchhiker)’. 해파리에 올라탄 듯한 아르고넛 문어를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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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에서 미래 도시의 원뿔형 마천루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두 번째 사진은 보라색 성게를 아주 가까이서 촬영해 확대한 모습이다. 뾰족히 솟은 건물처럼 생긴 것은 성게 가시다. 긴 가시와 짧은 가시가 방어와 이동 수단으로 쓰인다.

만화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세 번째 사진은 실제로 촬영한 말미잘과 흰동가리(clownfish)다. 들켜서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흰동가리가 사진 한가운데 있고, 그를 둘러싼 팽이버섯처럼 보이는 것은 말미잘의 촉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흰동가리는 영화처럼 부성애가 남다르고 과학 논문에도 자주 등장한다. 말미잘 촉수는 독성이 있는데, 이에 적응한 흰동가리는 말미잘과 공생한다. 말미잘에게 먹잇감을 유인해주는 대가로 보호를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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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의 제목은 ‘날 좀 봐요(Look At Me!)’다. 작가는 말미잘을 은신처로 삼은 흰동가리를 촬영하려고 파파라치처럼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정확한 순간을 포착했다.

푸른 밭에 추락한 우주선처럼 보이는 네 번째 사진은 죽어가는 ‘배럴 해파리’다. 수초 위의 수면 쪽에 연두색 점처럼 흩어져 있는 것들은 이제 막 부화한 해파리 유생들이다. 죽음을 앞둔 해파리와, 갓 태어난 해파리들이 대비되는 이 사진의 제목은 ‘생명의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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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자연 사진 공모전 ‘빅 픽처(Big Picture)’의 올해 인기상 후보로 최근 선정된 작품들 가운데 일부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이 사진전은 작년부터 인기상 부문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