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끄는 한·중·일·미국 공동 연구팀이 전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의 폐(肺)를 뇌사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장기와 달리 폐는 세균·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크고 거부 반응도 심해 사람끼리 이식 수술이 쉽지 않은 장기로 알려졌다. 이번 폐 이식 수술 성공은 앞으로 폐 수술에서도 이종(異種) 이식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혁신 의료 사례로 평가된다. 수술 결과는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과 뉴욕타임스에 소개됐다.
◇세계 최초로 돼지 폐, 사람에게 이식 성공하다
네이처 메디슨 등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 의과대학 부속제1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한·중·일·미국 공동 연구팀은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된 39세 남성에게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왼쪽 폐를 이식하는 수술에 최근 성공했다. 한국에선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가 참여했다.
의료진은 먼저 수술에 사용할 돼지에서 사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이종항원 유전자 3개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서 없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의 특정 부위를 잘라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유전자 성질을 바꾸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후엔 이식해도 사람의 면역 체계가 장기를 공격하지 않도록 인간 유전자 3개를 삽입했다.
이식한 돼지의 폐는 환자의 몸에서 216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 했다고 한다. 이식한 직후 바로 환자가 바로 거부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식 3일째와 6일째에는 면역체계가 돼지 폐를 공격하는 항체 반응이 확인됐지만 9일째에는 이 역시 부분적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특히 이식 과정에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우려된 ‘돼지 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PERV-C)’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번 이식 결과가 중요한 성과로 꼽혔다.
다만 이후부터 폐가 붓기 시작했는데, 연구팀은 “이식한 폐에 다시 혈액이 흐르고 산소가 공급되는 과정에 세포가 손상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9일 이후엔 장기를 제거했다. 연구팀은 “돼지의 폐를 이식해도 비록 단기간이나마 사람 몸에서 정상적으로 기능 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동물 장기 이식, “일부는 성공, 그래도 갈 길 멀다”
돼지 폐 이식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신장이나 간 같은 돼지의 다른 장기를 이식하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됐다.
지난 3월엔 중국 연구진이 돼지 간을 뇌사자에게 이식 수술했고, 이후 간이 열흘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돼지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신부전증을 앓는 이들은 미국에서만 50만 명이 넘는다. 이 중 10만 명 가까이 신장 이식 대기자다.
이식할 장기는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3년 실제 이식 건수는 2만5000건도 되지 않는다. 수많은 환자가 장기를 기다리다 숨지는 이유다.
이에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대 랭곤 병원에선 53세 여성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한 신장은 130일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으나, 이후 급성 거부 반응이 나타나 제거해야 했다.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이 진행한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은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병원 측은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을 66세 남성에게 이식했는데, 환자는 이후 특별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장기 이식 수술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장기 생존율 개선, 감염 관리 등에 있어선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고 말한다. 뉴욕대 흉부외과 전문의 스테파니 창 교수는 “동물 장기를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제법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