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를 전문의 수기 측정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계산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국내 연구진 주도로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김성은 연구교수와 미국 미네소타대, 노르웨이 베르겐대 공동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촬영된 1만여건의 무릎 관절 측면 엑스레이 영상을 바탕으로 경골(정강뼈) 후방 경사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경골 후방 경사각은 무릎을 옆에서 봤을 때 관절면이 얼마나 뒤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로, 인공관절의 수명과 수술 예후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각도가 클수록 십자인대 손상 위험이 커지고 인공관절 수명도 단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마다 촬영 조건이 달라 표준화된 측정법이 없어 같은 환자도 병원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무릎뼈의 6개 해부학적 기준점을 자동으로 인식한 뒤 관절선과 중심축을 계산해 경골의 기울기를 산출한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6초로, 전문의가 직접 측정할 때(평균 26.1초)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정확도 역시 전문의 측정과 상당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자 간 상관계수는 최소 91%였으며, 측정의 일관성을 나타내는 관찰자 내 상관계수는 100%로 완벽한 일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후속 검증을 위해 노르웨이 환자 289명의 무릎 영상을 분석했다. 이때도 AI 모델과 전문의 측정값의 상관계수는 80%에 달해, 인종과 환경이 다른 환자군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성은 연구교수(교신저자)는 “이 결과는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 AI 기술을 여러 인종에서 성공적으로 검증한 사례”라며 “이 모델이 경골 후방 경사각 측정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한 범용성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스포츠의학 정형외과 저널(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177/23259671251333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