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받아 떠오를 수 있는 소형 비행 구조물./네이처(Nature)

햇빛을 동력 삼아 날아가는 초소형 비행 장치가 개발됐다. 연료 없이 우주로 보내 기후변화를 관측하거나 화성 탐사에 활용될 길이 열렸다.

김종형 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연료 없이 고고도에서 장시간 머물 수 있는 비행 장치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번 장치의 핵심 원리는 광영동력(Photophoresis)이다. 이는 100년 전 발견된 현상으로, 공기나 액체에 떠 있는 입자가 빛을 받아 한쪽이 가열될 때 발생하는 힘이다. 빛이 닿는 쪽과 반대쪽의 온도 차이가 생기면 주변의 기체 분자들이 입자를 건드리는 힘이 달라지고, 그 결과 입자가 빛이 오는 쪽 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구 상층 대기처럼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는 이 힘이 훨씬 강하게 작용해 작은 물체를 띄울 수도 있다. 공기가 적으면 입자가 움직일 때 마찰과 같은 방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들은 매우 작고 가벼운 물질에 집중돼 있어,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로 확장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구멍이 뚫린 박막 두 장을 작은 기둥으로 연결한 원반 구조를 설계했다. 장치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에 온도 차가 생기면, 미세한 구멍을 통해 공기가 따뜻한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흐른다. 이때 구멍을 통해 공기가 한 방향으로 빨려 올라가면서, 장치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을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실제 실험을 거쳐 광영동력을 최적화해, 지름 1㎝ 원반이 고층 대기의 햇빛 수준의 빛을 받아 공중에 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지름 3㎝ 원반 구조가 10㎎ 정도의 장비를 싣고 햇빛이 있는 낮 동안 75㎞ 상공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태양전지와 무선 주파수 안테나, 집적 회로를 포함한 소형 통신 시스템을 운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햇빛을 동력으로 삼는 초소형 비행체는 성층권과 우주 경계선 사이인 고도 50~100㎞에서 비행하면서 위성 간 신호를 중계하고 지상 안테나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차세대 통신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항공기에 항법 정보와 기상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Nature

연구진은 햇빛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기술은 지구 대기 상태를 장기적으로 감시하거나, 무게나 전력 제약이 큰 화성 탐사에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화성에 1㎏ 장비를 보내는 데 10만달러(약 1억 3800만원) 이상 드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내비게이션 기능, 더 큰 탑재 능력, 장시간 운용이 가능한 설계로 발전시켜 대규모 임무에도 투입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연료 없이 햇빛만으로 비행하는 이 장치가 지구 대기 연구와 우주 탐사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2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