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약 9500m에 이르는 심해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대규모 생물군이 발견됐다. 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기반으로 에너지를 얻는 생물군이 광범위하게 살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정연구소 연구팀이 유인(有人) 잠수정을 이용해 북태평양의 쿠릴-캄차카 해구(海溝)와 알류샨 해구를 탐사한 결과, 수심 5000~9533m에서 화학합성에 의존하는 관벌레와 연체동물 군집을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다.
해구는 깊고 좁은 해저 지형으로, 대개 수심이 6000m를 넘는다. 지상과 얕은 바다의 식물은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데, 깊은 바다의 생물체들은 햇빛을 받을 수 없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2024년 7~8월 심해 유인 잠수정인 ‘펀더우저호’를 통해 쿠릴-캄차카 해구, 알류샨 해구 등을 탐사했다. 이 잠수정은 조종사와 연구자 3명을 태우고 심해 1만1000m까지 내려갈 수 있고, 로봇 팔이 달려 심해 표본 채취도 가능하다. 탐사 결과, 길이 20~30㎝, 지름 약 1㎜로 얇은 관 형태를 한 다모류(多毛類) 생물 ‘시보글리니드 관벌레’가 약 9500m 심해 바닥에서 발견됐다. ㎡당 5813마리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5800~7000m 심해에서는 조개류 군집이 우세했다.
이 생물군들은 해저 단층에서 나오는 황화수소와 메탄을 이용해 에너지를 합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구 바닥에 다량으로 쌓인 미생물들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이 이산화탄소에서 메탄이 생긴다. 해저의 황산염도 미생물에 의해 황화수소로 변환된다.
이렇게 쌓인 메탄과 황화수소는 북태평양판, 오호츠크판, 베링해판이 맞물려 움직이는 판 경계 지대의 단층과 균열을 따라 심해 바닥으로 상승해, 생태계 형성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심해에서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내는 생물군집이 기존 예상보다 더 널리 퍼져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