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5억~40억년 전에 등장한 미생물 중 하나인 ‘고균(古菌·Archaea)’에서 차세대 항생제의 후보 물질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퍼 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 확산이 세계 보건 위기를 가속하는 가운데, 이를 억제할 후보 물질을 인공지능(AI)의 고균 분석으로 발굴한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AI를 사용해 고균에서 항균성 화합물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12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지구의 생물은 세균(박테리아), 고균, 진핵생물(동식물 등)로 분류한다. 고균과 세균은 겉으로는 구분이 어렵지만, 세포의 화학 구조와 단백질 합성 방식 등이 다르다. 특히 고균은 일반적인 생물이 살기 어려운 고압, 고온, 독성 등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

고세균이 처음 발견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Grand Prismatic Spring) 모습./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연구팀은 고균에서 항균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모델(APEX)을 사용했다. 이 AI는 항균 기능이 있는 펩타이드(단백질 조각)의 데이터를 학습해 어떤 물질이 항생제처럼 작용할지 판별한다. 펩타이드 각각의 항균성을 일일이 실험하지 않고도 항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선별할 수 있어 연구 속도와 효율을 대폭 높인 것이다. 연구팀이 233종의 고균을 AI로 분석한 결과, 1만2000종 이상의 항생제 후보 물질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고균에서 유래한 항균 물질을 ‘아케아신’이라고 이름 지었다.

연구팀은 아케아신 80종을 선정해 실제로 세균을 없애는지 확인했다. 80종의 아케아신 중 93%가 약물에 내성을 지닌 세균에 대해 항균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아케아신 3종에 대해 진행한 동물 실험에서는 투여 후 4일 만에 아케아신이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항생제가 세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내는 것과는 달리, 아케아신은 세포 내부의 전기 신호를 붕괴시키는 방식으로 세균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세사르 데 라 푸엔테 교수는 “인류가 직면한 각종 병원균을 극복하는 방법을 고균 분석 연구로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