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오로라'를 이용해 기존보다 대기질, 파도, 태풍 경로, 고해상도 기상을 더 정확히 예측했다./pixabay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탄소중립’만으로는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텍의 민승기 환경공학부 교수, 문민철 연구원 연구진이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한 태풍과 극한 강수는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계속될 수 있으며,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 또는 ‘탄소 마이너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지난 6월 게재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해안 도시와 농촌, 물류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후 모델을 이용해 ‘탄소중립’과 ‘탄소감축’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400년 동안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경우를 말하며, 탄소감축은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분석 결과,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태풍 위험은 줄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개수가 줄어든 반면, 남반구에서는 증가해 태풍 활동이 비대칭적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현상은 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나아가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 하나하나의 강도와 상륙 시 쏟아지는 비의 양이 많이 증가했다. 태풍의 수는 줄어도, 한번 발생하면 더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비대칭적인 태풍 분포는 200년 만에 해소됐고,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기후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민승기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612-025-0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