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계의 ‘사기 논문’ 게재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작성하고 투고하는 이른바 ‘논문 공장(paper mill)’과 학술지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편집자, 이들을 이어주는 중개인(브로커)이 결탁하는 방식으로 부실 논문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학술지에서 철회되거나 논문 공장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논문 수십만 편을 분석해 과학계에 조직적인 사기 논문 출판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4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논문 공장과 중개인, 편집자 등으로 이어지는 사기 논문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공장처럼 부실 논문을 쏟아내는 논문 공장은 실적이 급한 연구자들을 대신해 논문을 작성하고 돈을 받는다. 중개인은 논문을 사들일 연구자들을 찾고, 이들을 논문 공장과 학술지 편집자 등과 연결해준다. 돈을 내면 학술지 게재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출간한 논문의 인용 횟수도 비용을 지불하면 더 늘릴 수 있다. 심지어 공동 논문의 제1저자, 제2저자 등 자리도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기 논문은 2016~2020년에 1.5년마다 2배꼴로 증가했다”며 “전체 논문의 증가 속도보다 10배 빠르다”고 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 원’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플로스 원에 2006~2023년 게재된 논문 27만6956편 중 702편이 연구 부정 등 문제로 철회됐다. 특히 22명의 편집자는 이례적으로 높은 철회율을 보였다. 이들은 출판된 논문의 0.2%에 관여했지만, 철회된 연구의 19%를 심사했다. 연구팀은 “일부 편집자가 뇌물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동료들 사이에 이뤄지는 비공식적인 합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를 이끈 리즈 리처드슨 박사는 “생성형 AI가 과학 논문에 미칠 악영향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무엇이 과학적 사실로 간주될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