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있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유전체 센터. 유전체 분석 장비 40여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분석실에서 연구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세포와 혈액에서 얻은 DNA를 시퀀싱(유전체 정보를 파악하는 것) 하고 있었다. 사람 키만 한 분석 기기에 시약과 DNA 샘플을 집어넣자, 기기와 연결된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기 1개당 한 번에 120여 명의 전체 DNA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체 시퀀싱부터 결과 분석까지 모두 이 센터에서 이뤄진다”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해외 연구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미국 제재가 심해지면서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유전체 분석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마크로젠의 미국 자회사 소마젠은 미국의 중국 바이오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에서 80억원 규모의 사업을, 한 달 뒤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GC녹십자의 유전체 분석 자회사 GC지놈은 지난 2023년 미국 지니스헬스와 암 조기 진단 기술 ‘아이캔서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 기술은 소량(10mL)의 혈액 속 DNA를 분석해 폐암, 간암, 췌장암 등 암 6종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랩지노믹스와 엔젠바이오는 미국 보건 당국의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를 받은 실험실을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리아 인증을 받은 실험실은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없이도 자체 진단 및 분석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