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백스(Spikevax)’ 부스터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글로벌 백신 강자들이 잇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미국 모더나(Moderna)는 전체 인원의 약 10%를, 머크(MSD)는 8% 감원을 발표했다. 회사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백신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1일(현지 시각) “2024년 말 기준 약 5800명이던 직원 수를 연말까지 5000명 미만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급성장했으나 대유행이 지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억 달러(약 1404억원)로, 1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판매가 급감했고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도 고전하고 있다.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대상 연령과 조건에 제한이 많다.

앞서 모더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2027년까지 11억달러(1조 5400억원) 줄이고, 전체 운영 비용도 대폭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셀 CEO는 이날 “고용 유지를 위해 R&D와 운영비 감축을 우선 추진했으나, 지금은 비용 구조를 사업 현실에 맞춰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을 접종하는 모습./조선DB

MSD는 이날 전체 인력의 8% 수준인 약 6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2027년까지 연간 30억달러(약 4조 2000억원)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감원 소식이다.

MSD 역시 백신 매출에 발목이 잡혔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Gardasil)’의 2분기 매출은 11억 달러(약 1조 5000억원)로, 전년 동기(24억 8000만달러)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중국 수요 감소로 추가 출하 계획도 없는 상태다.

이 회사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2분기 키트루다 매출은 80억 달러(약 11조 2200억원)로, 회사 전체 매출 158억 달러(약 22조 17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MSD는 오는 2028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키트루다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주력 약품의 특허 만료나 매출 감소 같은 내부 요인과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같은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대규모 비용 절감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23년 독일 바이엘은 2026년까지 20억유로를 절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7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도 4000명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 스퀴브(BMS)도 2027년까지 20억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전략적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도 2027년까지 77억달러 절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