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가득찬 두 눈이 이글거리는 듯한 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골이 나오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일까, 코믹 영화 ‘반칙왕’의 마스크를 형상화한 것일까.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반도의 한 화산을 공중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지각이 갈라진 틈으로 용암이 솟구쳐 흐르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붉게 빛나는 용암 흐름이 해골을 닮아 ‘담배 피우는 해골’이라는 표제가 붙었다. 이 사진을 찍은 스페인의 사진작가 다니엘 비녜 가르시아(Daniel Viñé Garcia)는 올해 신설한 국제항공사진가상(International Aerial Photographer)에서 2위로 선정됐다. 주최 측은 세계에서 출품한 1549점 중에서 86.67점 이상을 받은 작품 101점을 ‘톱 101’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새의 눈으로 조망하듯 상공에서 지구의 자연을 포착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방어 수단 ‘베이트 볼’
합성한 것처럼 보이는 상어와 작은 물고기 떼는 이번 시상에서 최고 작가로 뽑힌 미국 사진가 조애나 스테이들(Joanna Steidle)이 촬영한 실제 사진이다. 청어의 일종인 멘헤이든 무리를 사냥하기 위해 상어가 돌진하는 장면이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물고기 떼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이처럼 작은 물고기들이 상어 같은 포식자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고자 본능적으로 몸을 밀착하는 집단 행동을 ‘베이트 볼(bait ball)’이라 부른다. 공처럼 둥글게 모여 거대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이 현상은 포식자가 코앞까지 다가온 ‘최대 위기 상황’에서 발현되는 일종의 최후 방어책이다. 베이트 볼의 지름은 보통 10~20m이며, 수천 마리가 모여 포식자보다 큰 덩어리를 이루는 셈이다.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대서양에서 촬영한 이번 사진 제목은 ‘게이트웨이(Gateway)’다. 물고기 떼가 상어를 피해 도망하면서 생기는 공간이 마치 상어를 위한 관문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이 찰나의 장면은 자연의 역동성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턱이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뉴런의 연결 연상시키는 자연
언뜻 보면 현미경으로 확대한 두피 같기도 하고, 뇌 속을 연결하는 신경세포(뉴런) 회로망처럼도 보이는 이 사진은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의 얼어붙은 호수를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다. 마치 이제 막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삐죽 솟은 검은 선들은, 수면 아래 뿌리를 둔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다.
루마니아 사진가 게오르게 포파(Gheorghe Popa)가 촬영한 이 작품 제목은 ‘네트워크(The Network)’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 드러난 나무들과 얼음 틈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들이 마치 뉴런이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뇌의 신경망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런 네트워크는 가느다란 축삭이 수많은 가지를 뻗어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며, 그 구조는 이번 사진의 얼음 위에 갈라진 균열과 나무들의 배치와 기이할 정도로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