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심장을 다시 살려 이식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금까진 환자가 심장을 이식받으려면 뇌사 상태의 기증자가 나오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했다. 기증자를 찾아도 수술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 기증받은 심장이 망가져 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렇게 이식을 제때 하지 못해 버려질 뻔한 심장도 되살려 수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미국 듀크 의대 팀은 생후 3개월 아기에게 숨진 아기의 심장을 되살려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의료 팀은 생후 한 달 만에 숨진 아기의 심장을 기증 받았다. 의료진은 이 심장에 인공 심폐 장치(ECMO)를 연결해 다시 뛰게 했고 이를 아기 환자에게 곧바로 이식했다. 만 2세 미만의 영아에게 멈춘 심장을 되살려 이식한 첫 사례다. 수술 결과는 16일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소개됐다. 듀크대 팀은 “보통 심장 이식 수술엔 아직 뛰고 있는 심장을 기증받아 사용하지만, 문제는 이런 심장을 구하기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멈춘 심장도 되살려 쓸 수 있다면, 매년 미국에서만 소아 심장 이식 수술을 100여 건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의료진도 기증자의 멈췄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진은 기증자에게 받은 멈춘 심장에 적혈구·전해질·산소가 들어간 특수 용액을 주입해 냉각 보존했고, 이를 성인 세 명에게 잇따라 이식했다. 의료진은 “이식한 심장은 수술 후 아주 잘 뛰었고, 6개월 후에도 거부 반응이 없이 작동했다”고 했다.

멈춘 심장을 되살려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 성공한 것은 11년 전이다. 2014년 10월 호주 시드니 세인트 빈센트 병원 의료진은 멈춘 지 20분쯤 된 장기 기증자의 심장을 특수 저장 장치에 넣어 다시 뛰게 한 뒤 이를 환자에게 이식했다. 이 수술 방법이 이후 널리 적용되지 못한 것은 특수 저장 장치를 만드는 데 수천만 원씩 들고,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면 사망 기준이 흔들린다”는 논란도 거셌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7일 “이번에 소개된 이식술은 특수 저장 장치 없이 심장을 되살릴 수 있어 경제적이고, 냉각된 심장을 바로 이식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도 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