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의 DNA만 물려받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세 사람(부모와 난자 기증 여성)’의 DNA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엄마가 2명인 ‘세 부모 아이’라는 윤리적 논란을 무릅쓴 이유는 아기가 유전 질환을 타고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영국 뉴캐슬대와 모내시(Monash)대 등 공동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MDT)’을 시행해 건강한 아이 8명이 태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16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DNA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근육·뇌·심장·간 등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 유전돼 엄마가 관련 질환을 갖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된다. 연구팀은 “매년 약 5000명 중 1명의 어린이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안고 태어난다”며 “이에 대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 질환을 물려받고 태어나면 사실상 치료할 수 없기에 연구팀은 아이가 엄마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유전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기증받은 난자에서 핵을 먼저 제거한 뒤,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수정시켜 만든 수정란에서 핵을 추출해 이식했다. 이렇게 하면 부모의 유전자는 유지되면서, 엄마의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는 물려받지 않은 건강한 수정란이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 수정란을 엄마의 자궁에 이식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22명 가운데 8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쌍둥이를 포함해 총 8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1명은 출생을 앞두고 있다. 연구팀은 “태어난 8명은 모두 건강하고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수준이 아예 없거나 매우 낮았다”며 “아이들의 발달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딸을 낳은 한 부모는 “아이가 건강한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이번 치료법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은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가족에게 악순환을 끊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