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한국과 일본의 줄기세포 연구 경쟁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라는 두 거물 연구자의 대리전이었다. 황 전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이 앞서가는 듯했다. 하지만 2006년 한국에선 황 전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일본에서는 야마나카 교수가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因子)’로 불리는 유전자 4종으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하면서 두 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야마나카 교수에게 50억엔(약 475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2014년에는 임상2상에 안전성 문제가 없으면 사용 허가를 먼저 내주는 등 줄기세포 관련 규제를 철폐해 iPS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 상용화의 길을 터줬다.
반면 줄기세포 연구의 성공 신화 주인공 황 전 교수의 몰락은 한국 줄기세포 연구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겼던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계 과학계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정부 투자는 사실상 끊겼다. 또 수정란을 파괴해야 한다는 윤리적 논란 탓에 연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는 줄기세포 연구의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 발을 묶어버린 셈이 됐고, 20년 가까이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