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최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 외에도 ADC(항체-약물 접합체) 신약과 다중항체 신약 등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DC 신약은 항체에 항암 독성물질을 붙여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하도록 만든 ‘스마트 항암제’다.
◇ADC 신약 개발 속도 낸다
지난 10~12일 셀트리온은 인천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월드 ADC 아시아 서밋’에서 ADC 신약 후보물질 ‘CT-P73’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CT-P73는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을 겨냥해서 만든 신약 후보 물질이다. ADC는 항체를 독성 물질과 연결, 이를 통해 정확히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든 항암제다.
셀트리온 측은 이날 전 임상에서 CT-P73가 독성은 낮고 효능은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했다. 효능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치료 지수(Therapeutic Index) 순위도 높았다. 특히 CT-P73을 투여했을 경우, 겨냥했던 암세포뿐 아니라 근처의 암세포들도 같이 파괴하는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가 뛰어났다고 했다. 약물이 암 깊숙이 들어가는 ‘종양 침투력(Tumor Penetration)’도 높았다.
셀트리온은 이 밖에도 폐암·대장암·위식도암을 겨냥한 ADC 항암신약 후보물질인 ‘CT-P70’와 방광암·유방암·폐암을 겨냥한 ‘CT-P71’도 개발하고 있다.
이 신약 후보 물질들은 모두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소위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을 통해 찾아낸 특수한 항암 독성물질인 ‘PBX-7016’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PBX-7016은 혈액 내 안정성은 높이면서도 항암 효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CT-P70은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CT-P71 또한 전 임상 연구에서 방광암·유방암·폐암의 종양 억제에 효능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이 두 신약 후보 물질을 같은 기존의 치료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소위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항암 신약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중항체 신약 개발도
다중항체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중항체 신약이란 두 가지 이상의 암세포 표지를 동시에 인식해 공격력과 정확도를 높이는 약물을 뜻한다.
지난 4월엔 세계 최대 암학회인 ‘AACR(미국암연구학회) 2025’에서 ‘CT-P72(ABP-102)’의 전임상 결과를 최초 발표했다.
CT-P72는 암세포만 정확하게 골라 강하게 억제하고, 정상세포는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임상을 통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높음을 입증했다. 또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에서도 기존 약보다 180배나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이 셀트리온의 주장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안에 CT-P20과 CT-P71, CT-P72, CT-P73까지 4개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2028년엔 ADC 신약 후보물질 9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를 미국 FDA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중항체 신약 4개에 대한 임상시험계획도 2028년까지 FDA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항체 영역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신약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 ‘항체신약 명가’로 도약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