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L하우스 전경. /안동(경북)=김양혁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화이자가 제기한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PCV 13)'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대형 제약사의 특허 장벽에 막혀 출시되지 못했던 PCV13의 사업 기회가 열렸다.

앞서 화이자는 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공급한 PCV 13 개별접합체 원액과 연구용 완제의약품이 화이자의 ‘프리베나13’ 백신 조성물 특허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PCV 13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접합체는 특허의 청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인 화이자의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PCV 13 완제 의약품을 연구시험 목적으로 생산·공급하는 행위 역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특허 장벽으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했던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에 대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 대한민국 1호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스카이뉴모’ 개발에 성공했지만, 화이자와의 특허 분쟁에서 패하며 관련 특허가 모두 만료되는 2027년까지 국내 생산·판매가 금지된 상황이었다.

이번 판결은 여전히 PCV13의 완제 판매가 불가한 상황에서 PCV 13을 구성하는 개별접합체의 수출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남아·중남미 등 백신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별접합체 원액 공급을 비롯해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현지 기술이전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전세계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화이자의 프리베나13 조성물을 비롯한 관련 특허가 모두 끝나는 2027년부터는 국내에서 스카이뉴모 완제품 생산·판매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프랑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양사는 현재 상용화된 제품보다 더 넓은 예방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도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접종 확대와 각국 정부, 국제기구의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2034년까지 연평균 약 5.6%로 성장해 약 151억달러(한화 21조554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주요 보건기구를 통한 조달 확대가 중저소득국 시장 진입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그간 공공 백신 공급에 적극적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판결은 국내에서 개발된 경쟁력 있는 백신이 사장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의미있는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프리미엄 백신의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백신 시장의 공급 안정성에 기여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