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은 유효빈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손영우 고등과학원 교수, 박창원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무아레’라 불리는 독특한 무늬 구조를 정교하게 겹쳐 새로운 양자물질을 설계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무아레(Moire)는 ‘물결무늬’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용어로, 모양이 같은 선이나 도형을 겹쳐 놓고 움직이면 빛의 간섭에 따라 물결 무늬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모기장을 두 장 겹쳤을 때나 얇은 한복을 보면 표면에 일렁이는 무늬가 바로 그것이다. TV 화면 속 줄무늬 셔츠에서 새로운 격자 무늬가 보이기도 한다.
과학계는 무아레 현상을 응용해 전자의 움직임과 성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 원자들이 6각형으로 연결된 판형 물질인 그래핀처럼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매우 얇은 2차원 물질을 두 장 겹친 뒤 약간 비틀면, 새로운 격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전자의 흐름과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 방식을 통해 양자 기술과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을 앞당기고 있다.
이번에 연구진은 그래핀 세 장을 겹치고 각 층의 비틀림 각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두 개의 무아레 격자가 서로 중첩되는 이중(二重) 무아레 구조를 구현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삼각형이나 육각별, 카고메와 같은 새로운 격자 패턴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카고메는 정삼각형과 육각형이 교차하는 격자 구조를 말한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와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바탕으로 비틀림 각도에 따라 어떤 격자 패턴이 나타나는지 정리한 ‘도메인 격자 상태도’를 완성했다. 이중 무아레 구조를 활용해 전자의 흐름을 더 정밀하게 제어하는 물질을 설계하는 데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효빈 교수는 “무아레 구조가 단순한 시각 효과나 기하학적 배열을 넘어, 원자 간의 상호작용과 전자 상태까지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며 “향후 전기장과 같은 외부 자극에 따라 이러한 격자 구조와 전자 상태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8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