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주 1회 투약 만으로도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VCU)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MASH 환자에게 주 1회 투약한 결과, 간 염증과 섬유화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며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지난 3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37개국 253개 의료기관에서 총 1195명의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6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4.6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환자로 분류하는 30㎏/㎡ 이상이었다. 이 중 약 절반은 제2형 당뇨병도 앓고 있었다. 이들은 약 4년 반 동안 주 1회 위고비를 맞았다.
이번에 공개된 중간 분석은 전체 참가자 중 800명의 간 생검 결과다. 위고비를 주 1회 맞은 그룹의 62.9%는 지방간염이 확연히 줄었고, 간 섬유화는 36.8%에서 개선됐다. 반면 대조군은 각각 34.3%, 22.4%에 그쳤다. 지방간염·섬유화 모두 개선된 환자 비율은 위고비가 33.1%, 대조군은 16.1%였다.
대사는 인체가 영양물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고 부산물을 배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MASH는 한동안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리다, 대사 요인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 간학회가 MASH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MASH는 대사 과정에 문제가 생겨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과 간 손상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간이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 간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MASH 환자는 절반이 비만을 겪고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소와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능이 이미 입증돼, 간 섬유화 개선 효능까지 입증된다면 MASH 치료제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의 MASH 개선 효과는 이미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 보고됐다. 지난 2020년 같은 연구팀이 환자 320명에게 매일 위고비를 투여한 결과, 59%에서 지방간염이 감소했다. 하지만 주 1회 투여 방식으로는 일관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동일 용량(2.4㎎)을 주 1회 투여한 결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효과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단순한 체중 감량 효과 외에도, GLP-1이 면역세포에 작용해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KCL의 필립 뉴섬(Philip Newsome) 교수는 “아직 입증된 건 없지만, GLP-1 약물이 면역 반응을 조절해 염증을 줄일 수 있다면, MASH 치료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직접적인 MASH 치료 효과인지, 체중 감소에 따른 간접 효과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로 위고비를 맞은 환자들은 평균 체중의 10.5%를 감량했고, 위약군은 2%에 그쳤다. 이번 임상시험은 노보 노디스크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참고 자료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25), DOI: www.doi.org/10.1056/NEJMoa2413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