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도나네맙)가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도전장을 내며 속속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β), 타우(Tau) 단백질이 각각 제자리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엉키면서 발생한다. 레켐비·키썬라는 이 중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됐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본래 신경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세포 밖으로 이탈해 뭉치면 오히려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후발 주자들은 시장에 먼저 나온 신약에서 뇌 부종·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나자 기존 치료 전략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인 트론티네맙의 임상 3상 시험 진입 계획을 밝혔다. 트론티네맙은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BBB)을 통과해 뇌로 들어가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를 제거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혈뇌장벽은 평소 이물질이 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조직이 촘촘하고 두터워 약물이 뇌에 도달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로슈는 앞서 임상 3상 시험에서 실패했던 간테네루맙에 혈뇌장벽 투과기술을 결합했다.
레켐비·키썬라 등 기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고분자 물질로 혈뇌장벽을 잘 뚫지 못한다. 약물 농도를 높여서 어느 정도 뇌로 침투해 뇌혈관 주변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를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 벽을 손상해 출혈이나 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트론티네맙은 혈뇌장벽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과해, 기존 약물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뇌 조직 깊숙이 도달할 수 있다. 그만큼 부작용 발생 위험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기존 치료제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현재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인 AL101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면역 조절 기반 항체 치료제다. AL101은 뇌에서 면역반응과 관련된 단백질인 프로그라눌린(PGRN) 수치를 높인다.
앞서 연구에서 PGRN 수치가 낮아지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GSK는 AL101의 전임상시험에서 PGRN 수치가 상승할 때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GSK는 최근 국내 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의 혈뇌장벽 투과 기술인 ‘그랩바디-B’도 이전받았다.
국내 기업들도 도전에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개발이 앞서 있는 아리바이오는 먹는(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한국, 중국, 영국, 유럽연합(EU) 8개국 등 13개국, 200여개 임상기관에서 총 115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마지막 환자 투약을 마치고 결과 분석과 주요 평가지표를 공개하는 게 목표다.
AR1001은 SK케미칼로부터 도입한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저해제 계열 후보물질이다. PDE5 저해제는 뇌혈류 개선과 신경세포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신경세포 손상을 막는다.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세포 기술을 적용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능도 있다. 타우는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지만,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내부에 쌓이면서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젬벡스앤카엘은 뇌의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GV1001’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투약을 마치고 연내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 아델은 오스코텍과 함께 타우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