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흡수제의 성능을 실험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높은 순도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저감 기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CCS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건식흡수제를 이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평균 96.5%의 고농도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 최초로 400ppm(백만분율을 뜻하는 단위)을 돌파한 이후 2023년에는 427ppm까지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온도도 섭씨 1.1도 상승하며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 중에 퍼진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직접 공기 포집 기술(DAC)가 주목받고 있다. DAC 기술에는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건식흡수제를 활용한다.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1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유기화합물의 한 종류인 아민 기반의 흡수제가 쓰이지만, 아민과 이산화탄소의 결합력이 강해 분리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고온에서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아민 기반의 건식흡수제 ‘SMKIER-1′을 개발했다. 기존 흡수제는 아민과 이산화탄소와의 결합력이 너무 강해 이산화탄소를 뗄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연구진은 아민에 고리화합물 형태의 첨가제를 추가해 아민과 이산화탄소와의 결합력을 낮추면서도 아민을 보호했다.

개발한 흡수제를 공정에 적용해 350시간 이상 연속 운전 실증을 진행한 결과, 하루 이산화탄소 1㎏을 96.5%의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하루 1㎏ 포집해 96%가 넘는 순도로 회수하고, 350시간 연속 운전에 성공한 것은 국내 최초다.

연구진은 올해 중 하루 이산화탄소 10㎏을 포집할 수 있는 공정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00㎏급까지 규모를 확장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연간 10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실증 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영철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연간 수백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노력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