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할 때 자주 써먹는 동물이 ‘타조’다. “맹수에게 쫓긴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타조를 ‘머리 나쁜 동물’의 대표 선수로 꼽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둥지의 알을 돌보거나, 몸을 낮춰 포식자의 눈에 덜 띄게 하려는 행동이라고 연구자들이 밝혔기 때문이다.

타조와 비슷한 생김새로 멍청이 취급을 받았던 레아와 에뮤 등 대형 조류가 반길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레아와 에뮤 등 거대 조류도 문제 해결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밝혔다. 이 새들은 덩치가 크고 날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날지 못하는 새 레아가 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진 실험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플라스틱 판을 돌리고 있다. 아예 볼트와 너트를 돌려 퍼즐을 분해하는 방식으로도 먹이를 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리스틀대

연구진은 타조 4마리, 에뮤 3마리, 레아 2마리를 대상으로 먹이 실험을 했다.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 플라스틱 회전판을 돌려 먹이가 들어 있는 칸과 위치를 맞히면 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퍼즐 맞히기 같은 실험을 설계한 것이다. 각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에뮤 3마리는 모두 먹이를 먹는 데 성공했다. 구멍을 물거나 쪼는 식으로 돌려 먹이통과 연결되도록 행동한 것이다. 레아 한 마리는 아예 볼트를 돌려 회전판을 분리하는 데 성공해 먹이를 손쉽게 구했다.

문제는 타조였다. 실험 대상 타조 중 한 마리도 회전판의 구멍과 먹이통을 맞추지 못해 먹이를 얻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에뮤와 레아가 새로운 행동 시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공룡과 형태적 특성이 비슷한 이 새들의 능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보인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레아, 에뮤의 기발함은 까마귀와 앵무새보다는 수준이 낮고 단순하지만, 중요한 발견”이라고 했다.

까마귀나 앵무새처럼 상대적으로 뇌가 큰 편인 조류의 지능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반면, 덩치는 크지만 뇌가 작은 레아와 에뮤 등의 인지 능력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앵무새는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동 연구에서 사람처럼 영상 통화를 통해 동료와 유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험에서 앵무새는 영상 통화를 하고 싶다고 종을 울렸고, 친구 앵무새와 영상 통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날아가는 법과 소리 내는 법 등을 배웠다. 재작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에서는 앵무새가 먹이를 구할 때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단한 열매의 틈을 벌릴 도구로 굵은 나뭇가지를 사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