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순록의 눈. 낯선 사람이 건드리면 스트레스를 받아 눈 주변 혈액이 줄면서 온도가 떨어진다./핀란드 투르쿠대
낯선 사람이 순록의 등을 두르릴 때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순록의 눈 주면 온도를 측정하는 모습. 순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 주변 혈액이 줄면서 온도가 떨어진다./핀란드 투르쿠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썰매를 타고 와서 안겨줄 선물을 기대한다. 하지만 썰매를 끄는 루돌프 같은 순록은 지구 곳곳을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순록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눈에 피가 얼마나 모였는지 카메라로 측정해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해마다 과학자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루돌프를 위해 순록 논문을 발표했다. 순록이 선물을 배달하는 중노동을 견딜 만큼 어떤 신체 특성을 가졌는지 알아냈다. 밥도 자면서 먹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하고 눈 속에 숨은 풀도 척척 찾는 눈을 가졌다. 코는 상황에 따라 냉난방을 제공한다. 과학이 루돌프에게 주는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핀란드 라플란드에서 여름을 보내는 순록들. 이떼 먹은 풀로 겨울을 위한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자면서도 되새김질을 하는 능력을 가졌다./Lapland Welcome

◇적외선으로 순록 스트레스 한눈에 확인

순록의 코는 붉은색을 띤다(오른쪽). 코에 모세혈관이 사람보다 25%나 많다. 순록이 러닝머신에서 달린 뒤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면 코가 유독 온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 사진에서 파란색은 15°C, 흰색은 19°C, 빨간색은 24°C를 나타낸다. /노르웨이 트롬쇠대

비르피 루마(Virpi Lummaa) 핀란드 투르쿠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적외선 열화상 기술로 순록의 스트레스를 멀리서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동물 행동과 인지’에 실렸다.

동물의 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일은 특히 가축 사육에서 중요하다. 보통 혈액 성분을 분석해 알아낸다. 문제는 주삿바늘을 꽂는 것도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루돌프들에 도움을 주겠다고 주삿바늘을 꽂기는 어렵다.

루마 교수 연구진은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가 멀리서 동물의 몸 곳곳에 열이 얼마나 나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스트레스는 동물의 체온과 관련이 있다. 순록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상대와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치는 준비를 한다. 이러면 다리에 피가 몰리고 코나 눈과 같은 다른 부위의 피는 줄어든다. 자연 피가 몰린 곳의 체온이 올라가고 다른 곳은 떨어진다.

연구진은 핀란드 최북단 라플란드에서 낯선 사람이 관광용으로 쓰이는 순록 수컷 8마리를 1분 동안 쓰다듬을 때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다. 목동들에 따르면 순록은 사람의 손길에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순록은 사람의 손길을 피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다.

실험 결과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 영상은 낯선 사람이 순록을 쓰다듬을 때부터 순록의 눈꼬리 온도가 감소했다가 낯선 사람이 쓰다듬는 것을 멈추면 점차 상승하는 것을 보였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스트레스는 인간과 영장류 모두에서 코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온도 변화는 수초 내에 빠르게 발생할 수 있으며 몇 분 동안 지속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자들은 순록에서 털이 없는 눈 주위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스트레스 측정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관광지에서 순록의 관리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타도 선물 배달을 시키기 전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부터 챙겨야 한다는 말이다.

◇짧은 여름에 잠자면서 풀 씹고 지방 축적

산타가 루돌프에게 썰매를 끌어달라고 부탁한 것은 택배 중노동에 적합한 몸을 가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노르웨이 트롬쇠대 북극·해양생물학과의 가브리엘라(Gabriela Wagner) 교수와 스위스 취리히대 아동병원의 레토 후버(Reto Huber)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순록이 수면과 소화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로 밥 먹을 시간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암컷 순록 4마리의 두피 표면에 전극을 붙여 뇌파를 측정했다. 순록의 수면을 방해하면 뇌에서 주파수가 감소한 서파(徐波)가 증가했다. 서파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나온다. 서파가 증가하면 그만큼 졸음을 느낀다는 의미다.

반면 순록이 자면서 사료를 씹으면 서파 활동이 감소했다. 졸음을 느끼지 않고 실제로 자면서 사료를 씹는다고 볼 수 있다. 잠을 얕게 자면 안구(眼球)가 빨리 움직이는 이른바 ‘렘(REM·급속 안구 운동)’ 수면에 빠지고 깊은 잠을 자면 비렘수면 상태가 된다. 뇌파를 보면 사료를 되새김하는 반추(反芻) 동안 순록은 비렘수면과 유사한 상태에 들어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북극권에서 먹이가 많은 여름이 되면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가 이어진다. 연구진은 짧은 여름에 충분한 먹이를 먹고 겨울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잠을 자면서 되새김질을 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눈과 코는 눈밭 달리기에 안성맞춤

미국 다트머스대 인류학과의 나다니엘 도미니(Nathaniel Dominy) 교수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심리뇌신경과학과의 줄리 해리스(Julie Harris) 교수 연구진은 루돌프는 따로 먹이를 준비하지 않아도 눈밭에서 찾아 먹는 능력이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국제 학술지 ‘아이퍼셉션(i-Perception)’에 실렸다.

순록은 겨울에 눈밭을 뒤져 ‘클라도니아 랑기페리나(Cladonia rangiferina)’를 찾아 먹는다. 랑기페리나는 ‘순록 이끼’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끼(선태류)와 다른 지의류(地衣類)이다. 연구진은 “순록의 눈은 겨울에 자외선을 잘 감지하는 형태로 바뀌어 눈 속에서 자외선을 흡수하는 지의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순록의 눈은 여름에는 황금색을 띠다가 겨울에는 파란색이 된다. 동물은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보기 위해 망막에 추가 반사판인 휘판(輝板, tapetum)을 갖고 있다. 북극권은 겨울에 해가 지평선 아래에 있어 햇빛 대부분이 청색광이다. 오존층이 지평선 근처에서 수평으로 온 빛 중 청색광만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순록은 반사판을 파란색으로 바꿔 청색광을 잘 받아들인다. 약한 빛이라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청색 반사판은 자외선도 잘 감지한다. 덕분에 순록은 눈에 자외선 카메라를 단 것처럼 자외선을 흡수하는 물질과 반사하는 물질을 잘 구분할 수 있다. 눈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순록 이끼는 자외선을 흡수한다. 순록 눈에는 하얀 눈이 더 밝게 보이고 원래 옅은 색인 순록 이끼는 진하게 보여 쉽게 찾을 수 있다.

루돌프의 빨간 코는 추위를 견딘 결과이다. 노르웨이 트롬쇠대 연구진은 2012년 국제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순록 코의 모세혈관은 1㎟당 20개로 사람보다 혈관이 25%나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썰매를 끌고 달리면 코가 빨개질 수 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순록을 달리게 하고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더니 힘을 낸 다리와 함께 코 주위에 혈액이 모여 온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순록은 코에 혈액을 모을 수 있어 달리는 동안 코 끝이 얼어붙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Animal Behavior and Cognition(2024), https://www.animalbehaviorandcognition.org/article.php?id=1380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12.012

i-Perception(2023), DOI: https://doi.org/10.1177/20416695231218520

BMJ(2012), DOI: https://doi.org/10.1136/bmj.e8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