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에서 내년 매출 5조원 달성을 자신했다. 그는 차세대 신약 개발 계획,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 등의 목표를 밝히면서 “이제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전문 회사로 한정하지 말아달라”며 “어떤 제약 회사보다 탄탄한 가치를 갖고 있고 현재와 미래 준비가 잘된 회사”라고 자신했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신약 개발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항체 약물 접합체(ADC), 다중항체 등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앞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본격적인 신약 개발 회사로 체질을 개선한다.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20여 년간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 항체, 마이크로 바이옴 등의 탄탄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탄탄한 램시마 제품군 성장세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국내 최초의 ‘블록버스터 약품(연매출 1조원 이상 약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 질환 등의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에서 60%의 점유율을 기록해 7년 연속으로 인플릭시맙 성분 약 중 처방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유럽 주요 5국(독일·스페인·영국·이탈리아·프랑스)에서 램시마SC까지 포함한 램시마 제품군의 합산 점유율은 76%를 기록해 독보적인 처방 우위를 입증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최초로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제품인 ‘램시마SC(미국명 짐펜트라)’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내년에 미국에서만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짐펜트라의 제형 특허에 대해 2038년까지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했다. 이미 출원을 마친 투여법 특허까지 등록하면 최장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파이프라인 본격 개발

셀트리온은 기존의 바이오시밀러 성공을 바탕으로 신약 제품군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항체약물접합체(ADC)다. 회사는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ADC 2024′ 행사에서 개발 중인 2종의 ADC 신약 파이프라인 ‘CT-P70′과 ‘CT-P71′의 비임상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개한 CT-P70과 CT-P71의 비임상 결과에서는 종양 성장을 유발하는 각각의 지표를 표적으로 삼아 종양을 억제하는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내년 본격적인 임상 시험에 돌입해 같은 기전의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효과를 자랑하는 신약으로 개발을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또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원천 기술 확보로 ADC 이외에도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3일 미생물 생균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미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한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지분 투자 계약을 통해 바이오미가 보유한 다제내성균감염증 치료 신약 후보 균주 ‘BM111′의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 셀트리온은 최근 신규 세포주(Cell Line) 개발 플랫폼 ‘HI-CHO’를 공개했다. HI-CHO 는 셀트리온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랫폼으로 기존 대비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항체 의약품의 우수한 품질, 높은 생산성, 생산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HI-CHO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제품의 개발 및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향후 CDMO 사업 확대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함께 셀트리온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바로 CDMO 사업이다. 회사는 최근 CDMO 사업 확대를 위해 1차 투자금으로 1조5000억원을 계획했고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만L(리터) 규모의 공장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위탁연구개발(CRDO) 인프라 구축과 상업화 시작점은 2028년으로 예정했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 기업 설명회에서 “고객사로부터 CDMO 요청이 많아 올해 9월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신약 후보 물질 선별부터 세포주 및 공정 개발, 임상시험 계획, 허가 서류 작성, 상업 생산까지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