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주사 치료제 젭바운드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주사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위고비 잽바운드 매커니즘/조선DB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미국 증시에서 일라이 릴리 주가가 상승 마감했고,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하락 마감하며 두 경쟁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라이 릴리는 4일(현지 시각)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47% 더 컸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사는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 7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각자 제품의 체중 감량 효과를 밝혔지만, 두 비만 치료제를 같은 환자 대상으로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은 없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로, 현재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약 74%를 점유하고 있다. 젭바운드는 작년 11월 FDA 승인을 받은 후발 주자다.

이번에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심혈관 질환 중 하나 이상을 앓고 있었다. 이들을 무작위로 배정해 젭바운드 또는 위고비의 최대 허용 용량을 투여해 체중 감량 결과를 비교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젭바운드 투약군은 투여를 시작한 지 1년 반(72주) 후 평균 체중이 20.2% 줄었고, 위고비 투약군은 같은 기간 평균 13.7%를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젭바운드 투여 환자는 체중이 평균 50.3파운드(약 22.8㎏) 줄었고, 위고비 투여 환자는 평균 33.1파운드(약 15㎏) 감량했다.

체중이 2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을 알아보는 2차 평가 지표에서도 젭바운드가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젭바운드 투여군 32%가 25% 이상 체중이 감소했고, 위고비 투여군은 그 비율이 1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두 회사의 비만 치료제 모두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했다가 체중 감량 효과 부작용이 확인돼 비만 치료제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둘 다 인슐린 생성과 식욕 조절에 관여해 체중 감량 결과를 내는 치료 원리로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다. GLP-1 호르몬은 뇌에서 식욕을 감소시키고 소화 속도를 늦춰 적은 식사로도 더 오래 포만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반면 젭바운드의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동시에 위 억제 펩타이드(GIP)를 흉내 낸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그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너드 글래스 일라이 릴리 심장대사건강 글로벌 의학부 수석부사장은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제를 선택할 때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자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글래스 부사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47% 더 큰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나 기쁘다”며 “젭바운드는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GIP·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 비만 치료제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젭바운드는 미국 제품명으로, 국내에선 당뇨병 치료제와 동일한 제품명인 마운자로로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가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했다.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