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의과대학 앞. /뉴스1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 5명. 왼쪽부터 강희경·김택우·이동욱·주수호·최안나 후보./각자 제공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에 정부와의 투쟁에 적극적인 의사들이 잇달아 출마해 의정 대립 구도가 심화할 전망이다. 앞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여·의·정 협의체에서 탈퇴해 의료계와 정치권의 공식 대화 창구도 다시 닫혔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제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의협은 국내 의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단체다. 이번 선거는 앞서 탄핵된 임현택 전 회장을 이을 신임 회장을 뽑는 것으로, 선거는 내년 1월 2~4일에 치른다. 후보자 등록은 3일까지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5파전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의협 선거 규정에 따라 선거에 입후보하는 의사 회원은 5개 이상의 지부에서 최소 50명, 총 선거권자 5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앞서 총 6명이 선관위로부터 출마를 위한 추천서를 수령했다.

추천서를 받은 회원은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택우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등이다. 이 중 이상운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후보는 5명이 됐다. 전 회장 탄핵 후 의협을 이끈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미디어로 회장 선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 5명 가운데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인 인물은 현재까지 없다. 출사표를 낸 후보들은 ‘투쟁’과 ‘의료계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의협 회장이 되든지 정부가 의료계와의 갈등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군 중 유일한 의대 교수인 강희경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원의, 교수, 봉직의, 전공의들을 아우르기 위해서 모두가 참여하는 의협이 우선”이라며 “정부와 국민이 무시 못 할, 모두가 참여하는 ‘함께하는 의협, 힘 있는 우리’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공개 발언했다.

외과 전문의인 김택우 후보는 지난 2월 출범한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의료계 투쟁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2021년에는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구성된 ‘의협 간호법 저지 비대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동욱 후보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해 집단 진료 거부 투쟁을 주도했던 최대집 40대 의협 회장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맡았다.

임현택 전 회장과 함께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도 재출마를 선언했다. 외과 전문의인 주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대정부 투쟁 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해, 강경파로 평가된다.

앞서 탄핵당한 임현택 전 회장과 함께 총무이사 겸 대변인, 기획의사로 의협을 이끌어온 최안나 후보는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6개월간 전쟁 같은 상황 속 최전선에서 분투했던 제가 의협을 바꿔서 의료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진료센터 센터장으로 일했다.

전날 여의정 협의체는 출범 20일 만에 2025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중단됐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1일 “최선을 다해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 변화를 호소했으나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으며,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탈퇴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규모를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이를 위해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않는 방안, 정시 예비 합격자를 1배수로 제한하는 안, 2026년도 정원은 유예하고 2027년 이후 증원 논의를 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의료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