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피부의 거친 굴곡과 격렬한 신체 움직임에도 잘 붙고, 원할 때는 자극 없이 뗄 수 있는 초강력 접착 패치를 개발했다. 비결은 따개비의 접착력과 강하고도 유연한 아르마딜로의 갑옷 구조다.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김재준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국립생태원 생태신기술팀과의 공동 연구로 접착성, 탈착성, 신축성이 모두 뛰어난 피부 패치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 10월 20일 공개됐다.
연구진은 따개비 접착단백질의 특성을 닮은 ‘형상기억고분자’를 아르마딜로 갑옷 구조처럼 배열해 부착 패치를 만들었다. 형상기억고분자는 일정한 온도 또는 특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 가해진 일시적인 변형으로부터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는 고분자를 말한다.
따개비 접착단백질은 굳기가 변하는 특성이 있어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에 밀착될 수 있다. 부드러운 접착 단백질이 거친 바위 표면을 꼼꼼하게 채운 뒤 굳으면서 바위에 단단히 부착되는 원리다. 이 원리를 모방한 형상기억고분자는 거친 피부 표면에 밀착될 수 있고, 원할 때는 온도를 바꿔 구조를 변형시키면 자극 없이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온도만 바꾸면 여러 번 붙였다 떼는 것도 가능하다.
또 아르마딜로의 갑옷 구조를 본뜬 배열로 신축성과 유연성을 보강해 격렬한 신체 움직임에도 패치가 떨어지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아르마딜로 갑옷은 단단한 뼈 사이에 부드러운 콜라젠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테셀레이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총알을 튕겨낼 정도로 강하면서도 동그랗게 말릴 수 있다. 연구진은 형상기억고분자 조각 사이를 탄성 고분자로 채워 이 같은 구조를 모방하고 접착력을 극대화했다.
정훈의 교수는 “기존의 신체 부착형 디바이스는 움직임에 따른 변형과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장시간 착용 시 피부 자극과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패치로 만든 부착형 전자기기는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접착력을 유지하며 착용자의 심박수, 혈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헬스케어 모니터링, 피부를 통한 약물 전달을 위한 부착형 전자기기를 상용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재준 교수는 “기기에 배터리, 센서 등을 내장하고 고품질 생체신호를 얻기 위해서 격렬한 움직임에도 접착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움직임에 제약받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다양한 신체 부위에 쓸 수 있는 착용형 디바이스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를 활용하여 기술이전과 창업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ma.202412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