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전지(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재활용 공정은 탄소 중립과 자원 순환 경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중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수명이 다한 폐리튬이온전지의 양극재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리튬이온전지의 구성은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로 이뤄진다. 이 중 양극재는 배터리가 충·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전지를 충전할 때는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나와 음극에 저장되고, 전자는 양극에 쌓인다. 반대로 전지를 방전하면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전자가 음극으로 이동한다. 리튬이온전지는 전자의 흐름으로 만들어지는 전류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와 모바일 기기의 사용량이 늘면서 사용이 끝난 폐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40년 노후 전기차가 4000만대 나오며 폐전지 배출량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폐전지에서 양극재를 추출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폐전지 재활용은 화학반응으로 금속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폐수가 발생하고 에너지 사용량이 커 재활용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갈바닉 부식’ 현상을 이용해 친환경 재활용 공정을 만들었다. 갈바닉 부식은 용액에서 서로 다른 두 금속 물질이 접촉할 때 하나의 금속이 먼저 부식되는 현상이다. 반면 다른 금속은 용액 속에 포함된 이온이 표면에 코팅된다.
연구진은 폐전지를 리튬 이온이 녹아 있는 복원용액에 담은 후 부식되도록 했다. 그 결과, 전지 내부의 알루미늄은 부식됐으나, 양극은 복원용액 속 리튬이온이 결합하며 초기 상태로 복원됐다. 전지를 분해하지 않고도 용액에 담그기만 해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복원된 양극재를 다시 전지에 넣어 성능을 확인한 결과, 새 양극재를 사용했을 때와 같은 성능을 냈다고 밝혔다.
우 책임연구원은 “고온 열처리나 유해 화학물질 없이 폐양극재를 복원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전지 재활용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지난 9월 27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Energy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enm.20240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