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제약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공생미생물) 전문업체인 비피도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이사회 재편에 돌입했다. 특히 환인제약 창업자 이광식 회장의 장남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가 비피도 이사회 입성을 예고해 주목된다.
30일 비피도는 10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이사 수를 조정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이다.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에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와 박명수 비피도 대표 2명을 선임하고, 사외이사를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려는 것이다. 사외이사 3인 후보는 조주연 해성산업 전 대표이사, 이동수 세무법인 하누리 부천1지점 대표이사 조한주 변호사 등이다.
이사회 재편이 마무리되면 비피도 이사회는 6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바뀐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 이상희 아미코젠 경영관리실장, 신용철 대표 자녀인 신지혜 사내이사가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떠난다.
비피도는 마이크로바이옴기술 분야 국내 1호 코스닥 상장 회사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인 지근억 대표가 박명수 대표 등과 1999년 설립했다. 주요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몸에 좋은 세균)이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생균 치료제 같은 의약품도 개발 중이다.
최근 환인제약은 비피도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난 2021년 비피도 모회사가 된 아미코젠은 지난달 30일 환인제약과 비피도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비피도 지분 30%(245만4000주)를 매각했다.
시장에선 환인제약의 비피도 사업구조 재편이 환인제약 오너 2세 이원범 대표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환인제약은 항우울제, 항조현병제, 인지기능 개선제 같은 정신과 치료제와 순환계용 의약품 등 중추신경계(CNS)부문에 주력해 왔는데, 최근 자회사 앰브로비앤피를 통해 비알콜성지방간(MASH) 치료제와 동물의약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비피도 인수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환인제약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비피도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BFD1R01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25년 상반기 임상 1상 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피도 인수가 오히려 환인제약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미코젠은 지난 2021년 7월 비피도 지분 30%(245만4000주)를 600억원에 인수했는데, 환인제약은 이를 150억원에 사들였다. 매각가만 놓고 보면, 아미코젠이 450억원의 손해를 본 것 같지만, 현재 비피도 주가와 상장 폐지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정반대라는 해석도 있다.
비피도는 경영 위기 상황이다. 이 회사는 작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3억4365만여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5억원대다. 지난 6월에는 비피도 재무팀 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고, 한국거래소에서 이와 관련해 상장 폐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사회에 입성하는 이원범 대표가 비피도의 리스크를 얼마나 빨리 해소하고 정상화해 환인제약과의 사업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환인제약의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늘어 1252억 2900만원,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한 152억 9400만원,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152억 8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