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도 되기 전부터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의정 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인 데다 의사단체 내에서는 리더십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국회와 정부, 의사 집단 간 기 싸움으로 인해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정치권에서 처음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이 나온 뒤 관련 논의는 진전이 없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각각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에게 의료 개혁에 관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정부가 먼저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들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 해도, 정부가 이를 토대로 이룬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 위원장과 줄곧 소통해오고 있고,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해 만남을 거절했다”며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동훈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남겼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한 대표를 만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하지 못했다.
게다가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박 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들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할 수 없으므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 나아가 최근 의사 사회에서는 임 회장의 불신임을 청원하기 위한 투표까지 등장했다. 투표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시 현재 투표에 참여한 1283명 가운데 987명(76.9%)이 불신임에 찬성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고 정치적인 대립이 길어지는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